산지골이야기산지골지기의 소소한 일상이야기

곶감쟁이 이야기

Author
Jinkook Yoo
Date
2017-12-18 15:14
Views
5626
내가 곶감쟁이가 된 것은
어째보면 술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곶감농사를 시작하기 전 그러니까 벌써 십수년이 지난 이야기네요.
그때는 쌀농사, 알밤농사 그리고 거의 모든 종류의
밭작물에다 벌까지 치며 복합영농의 무거운 짐을
양어깨에 지고 있을 때였는데요,
하루는 산에서 알밤을 터느라 비 오듯 땀을 흘리고 있는데
이웃마을 춘길이 어르신이 올라 오셨습니다.

< 허어~참 딱도 하네... 자네 이런 걸로는 네 식구 밥 먹기 힘들어...
올해는 곶감 한번 깍아 보지 그래...> 하시는 겁니다.

마침 그해부터 중국산 밤 때문에 수매가가 많이 떨어져
안 그래도 알밤농사는 그만 두려던 참이었습니다.

< 그러면 곶감만 깍으면 밥 먹을 수 있습니꺼? > 하니
< 밥만 먹어? 이 사람아... 술도 한잔씩 할 수 있지...> 하시는 겁니다.

나는 허허 웃어 넘겼는데 술도 한잔씩 할 수 있다는 말이
자꾸 내 뒷덜미를 잡고 놓지 않는 겁니다.
(곶감농사가 얼마나 재미있길래 술도 한잔씩 할 수 있다는 건가?
그게 참말이라면 어디 나도 한번... 흐흐 그래 술도 한잔씩...)
이렇게 해서 그해 늦가을부터 춘길이 어르신과 같이
감을 털기 시작했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내가 춘길이 어르신의 꼬임에 넘어가
이 고생을 십년째 하고 있다는 말이지요.
(술은 무슨 얼어죽을...)

하루는 주문받은 곶감 포장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데
해거름에 춘길이 어르신이 오셨습니다.

<그래 곶감은 다 팔았나?>
< 다 팔기는요. 이제 시작인데요... 어르신은 많이 파셨어요?> 하니
놀랍게도 춘길이 어르신은 구정 선물 예약 받은 거까지 하면
거의 다 팔았다는 겁니다.
나는 이참에 춘길이 어르신처럼
매년 손쉽게 곶감 파는 비결을 알아낼 요량으로,
그래서 술도 한잔씩 할 수 있는 비법을 전수받을 속셈에서
술을 한잔 올렸습니다.
술이래야 집에서 담근 다래술에다 안주래야 곶감말랭이지만요.

그래서 술을 사랑하시는 어르신의 술잔에 소맷바람이 일도록
술을 따르고 난 뒤, 어르신은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는 알려주면 안된다는
다짐을 받고 거의 귓속말로 속삭이듯
손쉽게 곶감 파는 비결을 알려주셨습니다.

기분 좋게 마신 술이 깰까봐 상체를 거의 움직이지 않고
마치 구름처럼 둥둥 떠서 고개를 넘어가시는 춘길이 어르신을
나는 부러운 눈길로 배웅해 드렸네요.

곶감 쉽게 파는 비법과 관련하여 아내의 협조를 구하려다
쫒겨날 뻔 했던 춘길이 어르신의 곶감판매 비법은
딸을 여덟만 낳으라는 것입니다.
알고 보니 춘길이 어르신은 딸만 여덟 낳았는데
도시에 사는 여덟 딸이 곶감을 다 팔아준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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