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골이야기산지골지기의 소소한 일상이야기

짖는 개 길들이기 2

Author
Jinkook Yoo
Date
2017-10-16 04:49
Views
3331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가족과 공동체를 지켜야하는
나의 임무는 실로 엄숙하고 막중하다.
비록 주인님이 나에게 이런 일을 해달라고
직접 요청한 적은 없지만
이건 개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내가  본능에 충실할 뿐이지
결코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집은
구조적으로 외부의 침입에 취약하다.
도시에 있는 집처럼 담이 있고 대문이 있다면
‘개조심’ 또는 ‘미친개 조심’이라고 써 붙여 놓으면 될 텐데,
산자락에 있는 우리 집은 담도 없고 대문도 없다보니
침입자에게 완전 노출 되어있다.
산에서는 산돼지와 고라니가 앞마당까지 내려오고,
앙큼한 도둑고양이는 사방팔방 자기 집처럼 드나든다.
한 때 주인님이 토종벌을 칠 때는
반달곰까지 내려와서 주인님이 애지중지하는
벌꿀을 훔쳐 먹고 유유히 사라졌다 한다.
벌통을 마구 걷어차는 행패도 부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짐승들의 침입은 더 이상 문제되지 않는다.
내가 다 알아서 처리하기 때문이다.
도둑고양이와 고라니는 내가 몇 번 기침만 해도
깜짝 놀라서 도망간다.
그런데 산돼지는 몇 번 짖는 걸로는 안 된다.
반드시 미친 듯이 짖어야한다.
그러면  산돼지는 고막이 찢어지기 전에
다시 산으로 올라간다.
이제 주인님이 더 이상 토종벌을 치지 않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반달곰이 다시 내려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반달곰은 짖는 걸로는 안 된다고 하니
타협을 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벌꿀이 없으니 다음에 들러 달라고 하던지
이웃 양봉 농가를 소개해주던지 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사람이다.
사람은 고집이 세어서 웬만큼 짖어도 물러나지 않는다.
내가 이빨을 보여주고 잇몸까지 드러내고 짖는데도
무시하기 일쑤다.
우수한 개 혈통을 타고난 나에게는
실로 존심 상하는 슬프고 외로운 일인데,
그나마 지금은 내 딸 오디가
옆에서 앙앙거리며 힘을 북돋아줘 한결 낫다.

한때는 주인님이 나랑 같이 짖어줘 큰 격려가 되었다.
내가 낯선 사람을 보고 짖으면
주인님도 화를 마구 내며 나와 같이 짖어주었다.
그리고 한동안은 감사의 표시로 내가 짖을 때마다
치즈볼과 개껌을  주기도했다.
하지만 내가 이미 말했듯이 이 일은 내가
어떤 보상을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오직 본능에 충실할 뿐이다.
적의 침입으로부터 우리 공동체를 지켜내기 위한
엄숙한 임무를 수행할 뿐인 것이다.

근데 요즘 주인님이 달라졌다.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긴걸까?
내가 낯선 침입자를 향해 짖어도
예전처럼 같이 짖어주지 않는다.
한때는 짖느라 애쓴다며 치즈볼도 주고 개껌도 주더니
갑자기 주머니 사정이 안좋아진건지 간식을 딱 끊었다.
내가 이미 두 번이나 말했듯이
이런 대가를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니라
후원이 끊어졌다고 해서 섭섭해할 거는 없다.
내가 진정 원하는 바는 내가 짖을 때
주인님이 내옆에 있어주는 것이니까.

그런데 주인님이 오늘은 참 재밌는 방법으로
나를 응원해주기로 마음먹은 듯하다.
낯선 사람이 침입한 다급한 상황에서
내가 위엄있게 짖고 있었는데,
주인님이 지원사격으로 물폭탄을 마구 터뜨린 것이다.
계란만한 앙증맞은 물풍선중 한 개는
침입자 대머리에 명중해서 기분이 엄청 좋았다.
주인님은 즐거운 표정을 악물고 있었다.
알고보니 주인님은 군인 시절
81미리 박격포 소대장이었다 한다.
감홍시가 터졌으면 더 재밌을텐데 쪼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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