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골이야기산지골지기의 소소한 일상이야기

숙성

Author
Jinkook Yoo
Date
2017-10-26 10:15
Views
3935

곶감 깍을 철이 되니 살짝 흥분된다.
추수 끝나면 농한기라지만,
엄천골 곶감 농부는 찬바람 불면 농번기다.
무서리 한두 번 내리고
감의 뽈때기가 빨개지면
감을 깍아 덕장에 주렁주렁 매단다.

곶감 농사를 오래 하면서
우연히 알게 된 것이 있다.
우연히 알게 된 것이라고 하지만
그저는 아니었다.
이 당연하고 별스럽지도 않는
소박한 상식 하나를  얻기 위해
나는 십 수 년 동안 많은 감을 버렸다.

곶감은 말리는 게 아니고 숙성시키는 거였다.
사람들은 바람이 부니 감이 잘 마른다고 한다.
사람들은 감이 마르면서 단맛이 생긴다고 한다.
사람들은 곶감을 먹으며
“그래~ 감은 이래 말려야 제 맛이지~” 한다.
뭐 진짜 맛있는 곶감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건조만 잘된 곶감도 맛있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잘 말린 곶감이 아닌
잘 숙성된 곶감을 먹어보면
생각이 달라지게 된다.

잘 숙성된 곶감을 먹고
“아~ 이건 옛날 곶감 맛이네” 하는 사람이 있다.
잘 숙성된 곶감을 먹고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이 난다”는 사람이 있다.
잘 숙성된 곶감을 먹고
“ 혹시 곶감에 꿀을 바른게 아니냐”고
너스레 떠는 사람이 있다.
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옛날 곶감은 정말 그랬다.
옛날 날씨는 곶감을 말리면서
동시에 숙성을 시켜 주었기에
외할머니가 시골집 처마 밑에 매달은 곶감이
꿀맛이 났던 것이다.
옛날에는  사흘 춥고 나흘 따뜻했다.
꿀 곶감을 만들기 위한 날씨의 황금비율,
옛날 곶감은 하늘이 선물한 맛의 오르가즘.
곶감은 건조가 아닌 숙성이었다.









Number Title Author Date Views
Notice
곶감 판매 공지
Author Jinkook Yoo Date 2017.12.18 Views 4501
Jinkook Yoo 2017.12.18 4501
Notice
산지골이야기가 책으로 나왔습니다.
Author Jinkook Ryu Date 2017.07.06 Views 4100
Jinkook Ryu 2017.07.06 4100
Notice
My first foreign guest
Author Jinkook Ryu Date 2017.07.06 Views 3987
Jinkook Ryu 2017.07.06 3987
251
사소한 행복
Author Jinkook Yoo Date 2019.09.19 Views 436
Jinkook Yoo 2019.09.19 436
250
곶감판매 공지
Author Jinkook Yoo Date 2019.08.29 Views 591
Jinkook Yoo 2019.08.29 591
249
브랜드가 뭡니까?
Author Jinkook Yoo Date 2019.08.22 Views 579
Jinkook Yoo 2019.08.22 579
248
독사와 고양이
Author Jinkook Yoo Date 2019.08.21 Views 639
Jinkook Yoo 2019.08.21 639
247
곶감쟁이 이야기
Author Jinkook Yoo Date 2017.12.18 Views 5805
Jinkook Yoo 2017.12.18 5805
246
감수확
Author Jinkook Yoo Date 2017.10.31 Views 4009
Jinkook Yoo 2017.10.31 4009
245
깔끔떨기
Author Jinkook Yoo Date 2017.10.27 Views 3717
Jinkook Yoo 2017.10.27 3717
244
숙성
Author Jinkook Yoo Date 2017.10.26 Views 3935
Jinkook Yoo 2017.10.26 3935
243
정진
Author Jinkook Yoo Date 2017.10.26 Views 3259
Jinkook Yoo 2017.10.26 3259
242
짖는 개 길들이기 2
Author Jinkook Yoo Date 2017.10.16 Views 3330
Jinkook Yoo 2017.10.16 3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