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골이야기산지골지기의 소소한 일상이야기

숙성

Author
Jinkook Yoo
Date
2017-10-26 10:15
Views
5148

곶감 깍을 철이 되니 살짝 흥분된다.
추수 끝나면 농한기라지만,
엄천골 곶감 농부는 찬바람 불면 농번기다.
무서리 한두 번 내리고
감의 뽈때기가 빨개지면
감을 깍아 덕장에 주렁주렁 매단다.

곶감 농사를 오래 하면서
우연히 알게 된 것이 있다.
우연히 알게 된 것이라고 하지만
그저는 아니었다.
이 당연하고 별스럽지도 않는
소박한 상식 하나를  얻기 위해
나는 십 수 년 동안 많은 감을 버렸다.

곶감은 말리는 게 아니고 숙성시키는 거였다.
사람들은 바람이 부니 감이 잘 마른다고 한다.
사람들은 감이 마르면서 단맛이 생긴다고 한다.
사람들은 곶감을 먹으며
“그래~ 감은 이래 말려야 제 맛이지~” 한다.
뭐 진짜 맛있는 곶감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건조만 잘된 곶감도 맛있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잘 말린 곶감이 아닌
잘 숙성된 곶감을 먹어보면
생각이 달라지게 된다.

잘 숙성된 곶감을 먹고
“아~ 이건 옛날 곶감 맛이네” 하는 사람이 있다.
잘 숙성된 곶감을 먹고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이 난다”는 사람이 있다.
잘 숙성된 곶감을 먹고
“ 혹시 곶감에 꿀을 바른게 아니냐”고
너스레 떠는 사람이 있다.
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옛날 곶감은 정말 그랬다.
옛날 날씨는 곶감을 말리면서
동시에 숙성을 시켜 주었기에
외할머니가 시골집 처마 밑에 매달은 곶감이
꿀맛이 났던 것이다.
옛날에는  사흘 춥고 나흘 따뜻했다.
꿀 곶감을 만들기 위한 날씨의 황금비율,
옛날 곶감은 하늘이 선물한 맛의 오르가즘.
곶감은 건조가 아닌 숙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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