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골이야기산지골지기의 소소한 일상이야기

깔끔떨기

Author
Jinkook Yoo
Date
2017-10-27 04:33
Views
3717

곶감 깍을 철이 되어
며칠째 덕장에서 바삐 움직인다.
새봄맞이 대청소라도 하듯 살짝 들뜬 기분이 되어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바랜 세월의 찌꺼기를 씻어낸다.
감을 덕장에 주렁주렁 매달아줄
행거와 채반을 소독하고, 칼도 잘 벼린다.
비록 손바닥 길이의 작은 과도지만
내게는 이게 청룡언월도다.

해마다 곶감 작업을 도와주는 절터아지매는
우리 집 감박스를 보고 “성격 나온다”며 놀린다.
감을 담는 노란 플라스틱 상자가
항상 새것처럼 깨끗하다고
내가 마치 결벽증이라도 있는 냥 놀려대는 것이다.
한 때 나는 곶감 시즌이 끝나는 봄에
이 감 박스를 엄천강 수로에 하루 담궜다가
수세미로  문지르곤 했다.
버들가지 눈 뜨는 봄날에
강가에서 빨래하듯 하던 이 작업은
이제 집에서 힘 안들이고 한다.
왕 특대 고무 다라이에 물과 락스를 넣고
박스를 한 다스씩 반나절 담궈 놓으면
새것처럼 깨끗해진다.
호스로 한번 휑구기만 하면 되니
손바닥에 물집 잡힐 일은 이제 없다.

덕장 바닥까지 광이 나도록 닦아내고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감 박피기 정비를 한다.
한나절 만에 수 천 개의 감을 깍아 주는 자동박피기는
아예 종합 검진을 실시한다.
굳이 이럴 필요까지 있나 싶을 정도로(혹시 결벽증?)
나사 하나하나 다 분해해서
닦고 조이고 술을 먹인다.
보통 기계는 잘 돌아가라고 윤활유를 칠하지만
식품 기계라 기름 대신 쐐주를 먹인다.
종합검진 결과 이상 소견 없이
모든 항목에서 정상 A(건강양호)로 판정되도록
여기저기 깔끔을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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