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골이야기산지골지기의 소소한 일상이야기

브랜드가 뭡니까?

Author
Jinkook Yoo
Date
2019-08-22 07:50
Views
579
 



"농부님이 만드는 곶감 브랜드가 뭡니까?"
함양 농업기술센타에서 주관하는
브랜드 네이밍 교육 첫 시간에
지도교수가 곶감 브랜드를 물어보는데,
대답이 궁한 나는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친구 이름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는 것처럼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 좋은 질문이었다.
사실 나도 그게 궁금했다.
지도 교수는 이름만 말하면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의 유명 상품 브랜드를 만든
실력있는 사람이었고,
나는 멋진 대답을 하고 싶었지만
적절한 답이 떠오르지 않아
살짝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뭐지?
십 수년 곶감을 만들어 밥 먹고 있는
내가 만드는 곶감 브랜드가 뭐지?
최근 몇 년간 고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자칭 타칭 대박곶감라고 불리는
내 곶감의 브랜드가 뭐지?
내 이름을 들으면 얼굴 대신
곶감이 생각난다는 그 브랜드가 뭐지....

그동안 나는 카카오스토리 채널명 <지리산농부>를
곶감 브랜드처럼 사용해왔다.
사실 나에게서 곶감을 구입하는 고객은
대부분 오랜 단골이거나
소개를 받고 연락하는 사람들이라
지리산농부라 부르던 설악산아저씨라 하던
이름이 중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브랜드라는 게 하나쯤 있으면
더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하루 이틀 수업을 듣다보니 생각이 서서히 달라졌다.
“브랜드는 단순한 상품 이름이 아니라 비즈니스 그 자체다.
브랜드는 광고가 아니다. 브랜드가 곧 마케팅이다.
위대한 브랜드는 경기가 어려울 때도 성장하고 성공한다.
브랜드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공여부가 결정된다.
이제 갓 시작하는 곳일수록 소비자에게
자신을 알리는 브랜드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위대한 브랜드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만든 곶감을 대변할
적절한 이름이 하나 있었으면 했다.
지도교수의 강의를 들으며 나는
좋은 브랜드를 작명하려고 궁리하고 또 궁리했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 오르면 SNS에 올려 설문도 하고
더 좋은 아이디어를 구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광고 관련 책도 꾸준히 빌려 읽었다.
읽다보니 열권 이상 읽은 것 같다.
광고 천재들이 쓴 글을 읽고
천재적인 생각을 떠 올려보려고 무던 애를 썼는데
유감스럽게도 이게 책을 많이 읽는다고 되는 건 아니었다.

어쨌든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기본적인 이론 교육을 받으며
나는 내가 만든 곶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기회를 가졌다.
내가 곶감을 만들면서
첫 번째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위생이다.
곶감은 입으로 바로 들어가는 먹거리기 때문에
위생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안전이 담보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힘들지만 무유황 곶감을 고집한다.
그리고 내가 두 번째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위생이다.
사람들은 옛날 전통방식의 곶감이야말로
진짜 곶감이라고 믿고 있는데
(심지어는 곶감을 만드는 많은 농부들까지도)
요즘은 옛날이 아니다.
만일 내가 옛날 방식 그대로 곶감 만든다면
나도 내가 만든 곶감을 먹지 않을 것이다.
옛날에는 미세먼지가 없었지만
요즘은 미세먼지가 문제가 된다.
그래서 곶감을 말리는 동안
미세먼지에 절대로 노출시키면 안 된다.
곶감 덕장 시설이 이제 시대에 맞게 바뀌는 추세고
나도 오래전부터 투자를 해서
더 이상 미세먼지 걱정은 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곶감 만들면서
세 번째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위생이다.
사실 먹거리 만들 때 신경 써야 할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생이다.
물론 맛도 좋아야겠지만 맛은 덤이다.
솔직히 나는 내가 만든 곶감 맛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이건 내가 내입으로 자랑할 것은 못된다.
선물용은 때깔도 중요한데
다행스럽게 나는 무유황으로 말리면서도
이 문제를 극복했다.
그리고 가격도 저렴해야한다.
나는 내가 만든 곶감보다
결코 좋아 보이지 않는 곶감이 무유황이라는 이유로
두세 배 비싼 가격에 팔리는 걸 가끔 본다.
그걸 보면 솔직히 나도 용기를 내어볼까 하는
욕심도 들지만 단골고객이 대부분이라
그럴 수는 없다.


내가 브랜드를 만들면서
느닷없이 위생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지도교수의 충고대로
상품을 가장 잘 특징짓는 브랜드명을 짓기 위해서다.
나는 내가 곶감을 말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위생이라는 단어를 넣어
<유진국의 위생곶감 ㅇㅇㅇ> 라는
브랜드를 작명하려고 하는데,
문제는 ㅇㅇㅇ을 뭘로 할 것인가 하는 거다.
교육을 받는 한 달 내내
나는 수 만개의 작명을 했고
이거다 싶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만나는 사람마다 어떻습니까? 하고 물어보았다.
하지만 쉽지가 않았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잘하는 분야가 있는 법이다.
나는 곶감은 잘 만들지만
브랜드 작명에는 재주가 없다.
지도교수는 곶감은 못 만들지만
작명에는 천재적인 재능이 있어서
나를 위해 무릎을 치게 만드는 브랜드를 작명해 주었다.
얼른 상표 등록을 하고 공개하고 싶어
입이 다 근질근질한 브랜드명은
<유진국의 위생곶감 ㅇ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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