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골이야기산지골지기의 소소한 일상이야기

올 여름 가장 하고픈 일

Author
Jinkook Ryu
Date
2017-07-06 05:26
Views
4562
2007/7/9 (21:37) ....hit >>  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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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오고 있습니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
허공엔 옅으면서도 투명한 안개가 가득 피어있었습니다.
몇날 며칠 그렇게 온 세상이 하얀 안개 꽃 속에 파묻혀 있었습니다.
물론 습했지만,  마음속까지 하얀 색으로 물들일 것 같은 흔하지 않은 그 안개 속에
앉아있거나, 걷거나 하며, 그 풍경 속 한 점으로 있고 싶었답니다.
세상이 거대한 하얀 꽃이란 느낌! 올 장마의 징조였습니다.

그러다 그 거대한 하얀 꽃 속에서 물이 쏟아지듯, 일주일 넘게 이어진 장맛비!
시골서 살고부터는 장마철이 시작되면 항상 긴장이 앞섰습니다.
어디선가 천지개벽이 진행 중이란 느낌이 전해져 오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는
사람의 가슴 속을 후련하게 하고 간담을 서늘케 하기도 하지만,
컴퓨터나, 보일러 심지어 전화와 TV까지도 번개에 맞아 작동 불능에 빠지기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그런데 올핸 그런 거센 비는 아직 없었습니다.
대신, 찬란한 태양을 향해 한번 손짓이라도 해볼 양, 휙  긋고 지나가는 비!
새벽 잠결에 후두둑  지나가는 비이거나,
먼지 이는 밭을 축축히 적실 요량으로 내리는 비이거나,
마당 어디에라도 앉아 한없이 바라보고 싶은 비이거나,
살살 안개처럼 뿌려서 맞으며 걷고 싶은 비였답니다.

그러고 보니, 시골에서 느끼는 비는 제법 다양하지요?
이렇게 다양하게 조금은 얌전히 지나가고 있는 장마철이지만,
강물을 보면 그렇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불은 강물은 제법 거세게 흘러갑니다.   황토 빛에 흰 센 거품마저 일으키고 있습니다.
평소 조용히 생물이나 무생물이나 무심으로 받아들이던 강물이 아닙니다.
바람이 슬쩍 스치고 지나가도 무심!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그 육중한 몸을 던져도 무심!
비닐이 어쩌다 물결에 휘감겨 흘러내려도 무심!  깡통이 가라앉아도 무심!
짙은 녹음도,  훤한 달도,  가녀린 초생달도, 이글거리던 태양마저도 받아들이던 물이건만,
요즘은 은빛을 반사시키며 도도히 흐르고 있습니다.

항상 그랬던 것 같습니다.  휴가철이 시작되기 전, 장마로 인해 깨끗해지는 강물.
맑은 물로 다시 흐르기 위해 거센 거부의 몸짓으로 흘러가는 강물!
이 강물이 다시 고요해지면, 장마철 끝!  물론 무더위가 이어지겠지만,
윤기 나는 녹음이 이 시골을 에워 쌓겠지요.

이 파란 여름에 가장하고픈 일이 있다면,
마당을 스멀스멀 기어 다니며 세를 늘려나가는 잡초들을 한 마리씩 뽑아내는 일!  마음 속 잡념들을 뽑아내 듯....
그래서 땀에 흠뻑 젖었다가 강물 속에 풍덩 몸을 담그는 일!
그래서 조금 내 영혼이 맑아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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