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골이야기산지골지기의 소소한 일상이야기

송편을 빚으며

Author
Jinkook Ryu
Date
2017-07-06 05:28
Views
4342
2007/9/25 (16:37) ....hit >>  10715
song2.jpg
지금 창으로 펼쳐진 파란 하늘을 보고 있습니다.
저 파란 하늘에 어둠이 드리우면 그야말로 까만 밤하늘이겠지요.
그 어둠을 배경으로 보름달이 하늘 저 편 어디선가 떠오를 준비를 하고 있을 겁니다.
둥글고 환한 모습으로.

그 보름달을 맞이하기 위해 올해도
우린 송편을 빚었습니다. 온 가족이 빚었으면 좋았으련만,
아이들은 시험 공부한다고 못하고, 남편은 항상 송편을 대문짝만하게 빚어
올핸, 조그맣게 빚으려면 하고 그렇게 못하려면 하지 말라고 제가
농담 삼아 얘기했더니, 자신은 그리 작게는 못 빚는다고 그야말로 딱 6개 빚고는
말았습니다. 그래 송편 빚기는 온통 제 몫이었는데, 빚는 시간이 길어
허리는 좀 아팠지만,  이런저런 세상사를 곱씹을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답니다.

송편은 항상 그 해란 세월 중 3/4이 지났다는 걸 알려줍니다.
화려했던 봄과 여름이 지나고 이제 좀 차분해져야 하는 계절이 오고 있다고......
이 송편들과 음식을 만드는 마음은 무엇일까?  우선은 시아버님의 차례를 위한 거고,
한 해 중 별 탈 없이 3/4을 지내온 것과 이런 많은 음식을 장만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모든 신과 존재에게 드리는 거라고....
그런데 마음 한 구석에 바람이 불어옵니다.
물론 모든 존재에겐 마음 속 허한 곳이 있게 마련이지만,
송편을 빚으며 불어오는 그 바람은 그 허함이 아니라,
차례 상에 올릴 모든 음식재료가 슈퍼마켓 상표라는 점.
우리 텃밭 상표는 하나도 없다는 점.
이 점을 계기로 올 해 우리가 텃밭에서 느낀 만족도는 몇 점일까 생각해보니,
점수는 고사하고 좀 낯이 부끄럽습니다.
작은 텃밭을 가꾸며 느끼는 행복감!  수확이 많고 적음을 떠나,
흙을 만지고, 작은 새싹의 신비함에, 그 싹이 커서 이파리와 열매를 먹을 수 있고,
어떤 건 꽃도 보고........
이런 행복을 바쁘다는 핑계로 차츰 져버렸습니다.
언제부턴가 그걸 다시 찾아서 그 존재의 허함 속에 넣으라는 외침이 들려왔는데,
이 송편을 빚으며 마음을 굳힙니다.
작은 텃밭 가꾸기 (Little farming)와 작은 마음 가꾸기(Little writing)를.......

추석 아침에 차례를 올리고,
마당에서 차 한 잔을 마시는데,
화창한 날을 기다렸다는 듯, 붉은 꽃무릇이 우릴 반깁니다.

sjflw.jpg
(석산화, 꽃무릇)
icon.gif 경용이네
[2007/9/25 (22:4)]
색동송편이네요. 가을에 또 뵐게요. del.gif
icon.gif 설경
[2007/9/29 (16:29)]
한가위 어떻게 잘 보내셨나요? 올 해는 곶감 이야기도 없네요.
저무는 강둑에 세월을 묶어 두고 첫서리 내리면 조각배를 밀어라 물안개 슬며시 일어나 온 천지를 감추면 바람은 소소히 불어 그리운 님을 보올세라 저녁 강 물새 소리만 날 온 줄을 아는구나.  이제 머잖아 서리 오겠죠?
del.gif
icon.gif 산지골
[2007/10/3 (18:5)]
머찮아 아침이면 강 위로 하얀 안개가  피어날 겁니다. 그러면 곶감 만든다고 여긴 바쁜계절이지요. 그리운 님 타령하고 있을 시간이 있을라나요? ㅎㅎ

경용이 진용이 많이 컸지요?  가을에 뵐게요.
del.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