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골이야기산지골지기의 소소한 일상이야기

홍시 던지는 노인

Author
Jinkook Ryu
Date
2017-07-06 05:32
Views
3060
2007/11/4 (21:18) ....hit >>  12062
hong.jpg
<춘길이 어르신~~ 밑에 홍시 떨어져요오~~~~>
< 퍼억.....>

이웃마을 춘길이 어르신과 함께 곶감 만들 감을 수확하는데,
한 사람이 나무위에 올라가서 감을 털어 내리면 한사람은 밑에서
그물망을 치고 주워 담습니다. 지난해에는 이곳 지리산자락
감나무들이 해거리를 하여
수확할 게 별로 없었는데 올해는  가지가 부러지도록
많이 달렸습니다. 그런데 감을 털어 내리다 보면 심심찮게
돌발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장대에 감나무 가지를 끼워 비틀 때  잘 익은 홍시가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의 머리위로 대책 없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홍시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춘길이 어르시인~~
밑에 홍시 떨어져요오~~~) 라고 급히 소리치지만
홍시는 소리보다 더 빨리 어르신 머리에 도착해버립니다.
머리카락 몇 올 없는 어르신의 시원한 대머리에서
홍시가 터지면 나는 <아고고~~죄송해요오~~>
하고 소리치고는 터지는 웃음을 참느라 어금니를 꽉 깨물어 버립니다.

한번은 춘길이 어르신이 나무에 올라가고 내가 밑에서
감을 주워 담는데 칠순을 넘긴 어르신이 감을 얼마나
잘 터시는지 아래에서 감을 주워 담느라 손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으어이~~ 떨어진다아~~>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치켜드는데, 미처 피할 새도 없이  홍시 두 개가
내 얼굴에서 연이어 퍽퍽 소리를 내며 터졌습니다.
비록 홍시지만 눈두덩이에 맞으니 아프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여 얼굴을 찡그린 채 나무위에 있는
춘길이 어르신을 원망의 눈초리로 쳐다보니, 어르신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어어이~~괜찮나?>하고는 뒤로  돌아
나무둥치를 끌어안더니 쪼그리고 앉습니다.
왜 그러시나 싶어 가만히 보니 어깨가 들썩들썩
엉덩이가 실룩실룩 하는게 분명 웃고 있습니다.
웃다가 나무에서 떨어질까봐 나무를 끌어안고 몰래 즐거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로서는 전혀 웃을 기분이 아니었지만
이런 종류의 웃음은 워낙 전염성이  강한지라 내 얼굴에도
살짝 미소가 칠해 졌습니다. 얼굴에 묻은 홍시를 손으로
대충 걷어 내고 입술 주변에 혀를 돌려 홍시의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음미하다가 어느 순간 웃음이 터져 넘어갔습니다.
배를 잡고 웃다가 홍시를 밟고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으면서도
눈물이 찔끔 나도록 웃었습니다.

곶감용 감은 무서리가
한두 차례 내려 감이 방금 운 아이 볼처럼
발그레해지면 수확을 시작하는데 그중 성질 급한 녀석들은 벌써
홍시가 되어 제멋대로 떨어집니다. 이 홍시는 감을 수확하는
가을 그리고 곶감을 깍아 말리는 겨울 내내 곶감쟁이들의
훌륭한 간식거리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즐거운 웃음거리를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춘길이 어르신이
나무에 올라가면 유난히 홍시가 많이 떨어져 (그것도 내 머리위로)
혹시 고의로 던지는 게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한번은 내 머리에서 폭발한 홍시를 걷어내며
<어르신!!   이건  어르신이 던진 거 아닙니꺼? >하고  다그치니
<이사람아~ 나무에 올라가서 감털기 바쁜데 야구할 시간이 어디있노...
내가 투수도 아이거만...> 하고 실실 웃으십니다.
그러다 내가 웃는 얼굴로 눈을 빤히 쳐다보며 압박하면 어르신은
엄숙한 표정으로 턱을 쓰윽 내미시는데  웃음을 참느라 볼이
실룩실룩하는게  역력합니다.

맑고 쾌적한 가을 날 고목에 올라서서
푸른하늘에 머리를 담근채
감을 수확하는 곶감쟁이들은 순수한 기쁨으로 활기가 넘칩니다.
하지만 주변 풍경을 지배하는 높은 나무에 올라서서  감을 따는 것은
힘들기도 하고 때로는 위험한 일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곳 지리산 자락에서 엄천강을 바라보고 자란 나무들은
모두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당당하게 자란 나무들이라
더 그러하지요.

< 어어이~~ 조심해~~ 감 털다가 인생 털어 버릴라...>
내가 나무에 올라가면 춘길이 어르신은 미덥지가 않아 꼭 한소리 합니다.

춘길이 어르신이 나무에 올라가면 나도 미덥지가 않아
한소리 하고싶어 입이 달싹달싹합니다.
( 영감님~~ 재밌다고 자꾸 홍시 던지지 마시요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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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gif 제원맘
[2007/11/24 (0:17)]
광고글을 지우다 제원맘님 댓글을 날렸습니다. 죄송해요~~ del.gif
icon.gif 설경
[2007/12/11 (11:55)]
전남 여수에 가면 흥국사란 큰 절이 있답니다. 그 절 대웅전에서 요사채 까지는 작은 소롯길로 이어져 있는데 대략 50여 미터는 됩니다. 그런데 그 소롯길 양쪽으로는 감나무가 빼곡하게 심어져 있어 이맘때 쯤이면 여기저기서 감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겁니다. 요사채는 우진각 형식으로 반듯하게 잘 지어졌으나 규모가 아담해서 바라보기에도 참 좋습니다. 대웅전 바로 뒤에 있는 팔상전에서 우리나라 국보인 여덟폭의 부처님 일대기를 그린 그림을 관상하는 것도 또한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그런데 그 요사채 가는 길이 저에게 항상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자아내게하는데 그 이유는 잘익은 홍시감이 스님네들 지나가는 머리며 어깨며를 가리지 않고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스님네들의 그 반질반질한 머리와 홍시를 대비시켜 생각을 일으킬 때마다 피싯 웃음이 일어나는데 오늘 이 글을 보니 또한 그와 유사하게 웃음짓게 합니다. 감은 색상도 곱고 맛도 일
icon.gif 설경
[2007/12/11 (11:55)]
일품이며 그 영양도 탁월하지요. 아마도 감 만큼 우리네 생활과 잘 어울리는 과일이 몇 없는 걸로 압니다. 올 해는 특히 삼남지방에 감이 대풍이 들어 단감의 크기가 어른 주먹의 두 ㅐ나 한 것이 엄청 많습니다. 그와 함께 우리네 살림도 더 풍성하였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겨울 바람과 맑은 햇살에 잘 말라가고 있을 곳감들에게 안부 이야기 전합니다. del.gif
icon.gif 산지골
[2007/12/21 (19:47)]
설경님 좋은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