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골이야기산지골지기의 소소한 일상이야기

안동답사 일번지 하회마을

Author
Jinkook Ryu
Date
2017-07-06 01:44
Views
3424
2002/8/26 (12:50) ....hit >>  6079
엊그제 아이들과 안동 하회마을에 다녀왔습니다.
견불동에 사는 이웃의 여행 계획을 듣고 같이 동행을 하게 되었지요. 그분들은 시골에 들어와 산지 5년이 된, 우리보다는 아주 고참 귀촌인인 셈이지요.

방학 때는 아이들과 한번은 꼭 여행을 다녀오는데, 올해는 시골에 사는데 뭘 여행을 갈까싶어 안가고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불평을 하기도 하고, 영국 여왕이 다녀간 그 유명한 하회마을은 한번쯤(?) 다녀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가게 되었습니다.

경북 내륙에 위치한 안동으로 가려면 여기서는 반드시 88고속도로를 타고가야 합니다. 88고속도로는 마의 고속도로라 운전자들이 꺼리는 고속도로입니다. 사실을 애기하자면 88은 고속도로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중앙분리대는 아예 없고 양방향 합쳐서 2차선에 불과합니다. 또한 s자선으로 구부러지고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수없이 이어진 그야말로 위험하기 그지없는 도로입니다. 이 도로를 만들고 고속도로라 칭한 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얼굴이 한번 보고 싶어집니다.

참 이야기가 샛길로 빠져버렸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안동까지는 3시간 30분이 걸려 하회마을에 도착했습니다.
하회 마을이란 강줄기가 마을을 휘돌아 나가서 생긴 이름이랍니다. 특이한 지형에 임진왜란의 공로자인 류성룡의 본가가 위치하고 대부분 그 자손들이 마을의 구성원으로 한국의 양반 마을을 잘 보존하였다고 할 수 있지요. 유형의 전통을 잘 보존하여 관광화시킨 마을을 둘러보며, 여기에 이르기까지 유형의 고가옥과 돌담길 사이사이로 흐르는 무형의 정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안동에 간 날이 토요일이었는데, 마침 토요일에 하회 전통 탈춤인 '하회 별신굿' 공연이 있었습니다. 참으로 아이들에게는 좋은 한국의 전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지요.  익살스런 부네의 춤, 엉덩이를 빼닥 내밀고 엉성하게 추는 할미의 춤, 바보스럽게 그러나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이매의 춤 등등 흥겨우면서도 익살맞고 해학이 넘쳐나는 분위기를 40여 분간 관람했습니다.

하회마을에 오기 바로 전에 탈 박물관에 들렀습니다. 다양한 한국의 탈들을 보며 웃음이 절로 나오더군요. 아이들도 낄낄거리며 보고 신기해 합니다. 마침 그 박물관내에서 프랑스 탈과 중국탈 등 세계 여러나라의 탈 전시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탈과 다른 나라의 탈과 분명히 다른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리나라의 탈들은 웃음이 나온다는 것이고 다른 나라 탈들은 웃음보다는 대부분 근엄함이 느껴지더군요. 입이 삐뚤어지고, 눈이 삐닥하게 웃고 있고, 코가 과장되게 뭉툭한 탈들, 단순하지만 웃음이 배어나오는 탈들은 한국의 탈들이었습니다. 그러기에 친근감이 느껴지더군요.
아이들은 탈 탁본을 하나씩 떠서 손에 들고 박물관에서 나왔습니다.

박물관에서 나와 우리 일행은  점심을 먹으러 한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안동에 오니 특이한 메뉴들이 눈에 띄더군요. 헛제사밥, 간고등어, 안동찜닭. 안동찜닭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헛제사밥이나 간고등어는 이 지방에서만 맛볼수 있는 향토음식입니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에 헛제사밥과 간고등어 얘기가 나옵니다. 모든 식당마다 이 메뉴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이 지방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이한 음식이라 유홍준 저자가 책에 소개를 했겠지만, 그래서 더욱 많은 식당들이 생겨났나 봅니다.

우리는 간고등어를 맛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주문받는 측과 주문하는 측과의 의사소통(?)이 잘 안되어 4인이 2인분을 먹게 되었습니다. 식당의 아가씨는 약간 눈을 흘기며 음식을 가져오더군요. 우리는 영문을 몰랐습니다. 메뉴판에 '간고등어정식 10000원'이라고 적혀있어 아가씨와 의사소통중 우리는 이 10000원에 2인분이 들어있는 줄 알고 2개를 시켰지요. 알고 보았더니, 1인분 가격이 10000원이었습니다. '간고등어 정식은 2인분부터'라는 말을 잘못 알아들은 겁니다. 어째거나 간고등어 한마리가 나와 4인이 나누어 먹었습니다. 맛은 시장에서  사다 먹는 것과는 달리 삼삼한 맛이었지요. 하지만 값이 값인 만큼 사람 수대로 시켜먹기에는 부담스러웠습니다. 그것도 점심 요기이건만....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게 물었지요. "니, 간고등어 먹어봤나?" "먹어봤제." "난 먹어도 봤고, 안 먹어도 봤고....  아직 1/2인분만 먹어봤다. 그  삼삼한 간고등어를 와 이리 비싸게 받아서, 먹어봤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도록 하는구마.
유홍준씨에게 조금 항의하고 싶었다. 책에 소개되어 유명해지니 값이 그리 올라간거 아니냐고. 혹시 유홍준씨도 그 값에 먹었냐고.


마의 고속도로를 밤길에 달리며 우리 일행은 그 날로 집으로 돌아왔다.  많은 나무에 둘러싸인 작고 편안한 우리 시골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