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골이야기산지골지기의 소소한 일상이야기

여름날의 근심

Author
Jinkook Ryu
Date
2017-07-06 01:39
Views
3908
2002/8/7 (12:16) ....hit >>  15871
여름날의 근심

두 손 호호 불던 3월,
시골로 막 내려왔을 적엔
파릇파릇한 풀이 좋아
입이 절로 헤 벌어졌었다.

검게 울퉁불퉁 마구 자란
개살구 나무에
하얀 분홍빛 꽃이
둥실둥실 피어날 적엔
절로 마을을 돌아다녔다.

조그만 밭에
옥수수며 고구마며
이런저런 먹거리를 심을 적엔
고랑 사이로 난 작은 풀씨 싹들을
'요놈 어림없지!' 하며 쏙쏙 잘도 뽑아냈다.

살구꽃 지고
오동나무 꽃들이
보랏빛 향기로 탄성을 자아낼 적에도
텃밭과 마당 여기저기 쏙쏙 머리를 내민
풀들이 그런 대로 보기 좋았다.
가끔 아침 일찍 일어나
콩밭 한 두어 고랑 매고
깔끔해진 밭을 흐뭇해했다.

그러나
자고 나면,
빗줄기 쏴~ 한번 내리고 나면
키 크기 시합이라도 하는 양
자라는 풀들을 본다.
풀들의 기세에
입이 벌어진다.

"내일은 고구마 밭을 매야지
내일은 꼭 해야지."하며
세월은 흐르고,
풀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커가고.......

아~ 그래도
칡꽃 향기 바람에 실려와
근심을 조금 덜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