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골이야기산지골지기의 소소한 일상이야기

콜라의 울음

Author
Jinkook Ryu
Date
2017-07-06 06:28
Views
6751
2013/12/29 (15:21) ....hit >>  3223
며칠 째 바람이 거셉니다.
산골짝 골짝을 몇 구비 돌아 나오면서도 온 산을 뒤흔드는 바람소리가 들립니다.
겨울에만 들을 수 있는 소리입니다.

그 휘휘 윙윙대는 소리 끝에  늑대 울음소리 비슷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컹컹 두어번 짖고 ‘우우 워우우’ 서글픈 울음소리.  물론 이곳에 늑대는 없습니다.
늑대소리가 아니라 우리집 콜라 울음소리입니다.  며칠 전 늘 같이 붙어있던 코시를 저세상으로 보냈습니다.
악성종양이 생겨 두 번 수술을 했지만 다시 재발해서 더 이상 손 쓸 수 없게 되었지요.
휘청대고 몸은 마를 대로 말라 더 이상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답니다.
남편이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었습니다.  활발하고 거침없이 온 곳을 누비던 존재가 이 세상을 떠났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납니다.
순수한 존재, 코시의 자유로운 영혼이 편안하게 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랍니다.
옆지기 콜라는 코시가 없으니  밤새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댑니다.  늘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산자는 허전함과 외로움에 슬픈가 봅니다.


우리집 강쥐들을 생각해 보니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걸 느낍니다.
시골로 처음 이사왔을 때, 아이들과 친구할 겸 데려온 강쥐들이건만 이젠 모두 우리 곁을 떠나고 콜라만 남았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 존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나란 존재는 시골에서 살지만 도시적 삶의 한 형태인 출퇴근을 하고 있고,
남편은 그야말로 농부가 되어 시골인으로 살아가고 있고,
큰아이는 군 제대 후 대학을 다니고 있고,  둘째는 군 복무를 하고 있고......
모두 존재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한 때 우리 아이들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고뇌에 빠진 적도 있습니다.
다들 외국으로 유학을 보내고 그야말로 인류대학에 보내기 위해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우리 아이들은 이 시골에서 고만고만 생활하다 지방대를 다니며 미래 경쟁력이 없어 보였거든요.
이건 성급한 어미의 마음이었습니다.  아이는 그런 좋은 대학, 후진 대학 등등의 차별적 개념이 없이
중산층으로 살아가기 위해 생각하며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 저도 존재에 대한 정의를 꼭꼭 다져 봅니다.
‘한국 토종으로 키워진 아이들에겐 마음의 행복과 만족이 중요하다.
사회 어딘가에 아이들이 뿌리내려 만족하며 알콩달콩 살아갈 틈이 있겠지.
한국에서 농부가 되어 살아가긴 힘들겠지만,  농부가 되어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내 아이가 농부가 될 수도 있겠지.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행복한 존재로 자리 잡게 정말 도움을 줘야할 시기는 지금이구나.  ’

또한 반성하는 마음도 듭니다.
시골에서 자란 대부분의 평범한 아이들이 자연스레 농부가 되어 행복하게
중산층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었어야 하는데.....
시골에서 자라, 흔히 교육여건이 나쁜 곳에서 자라, 자리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청년들이 없는 그런 사회구조.
건강한 노동을 해서 건강하게 삶을 영위하는 사회구조를 못 만든 우리 기성세대의 반성.
이야기가 조금은 거창하게 흘러갔네요.  그래도 한마디 더하면 우리사회는 건강한 육체노동이 저평가된 사회입니다.
지난 3월 봄부터 이제까지 육체노동으로 감을 키우고 곶감을 만들어 팔고 있는 우리 남편은 지금 사우나에 갔습니다.
며칠 전부터 허리가 아프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매년 겨울 한 번씩은 허리가 아팠네요.
사우나 몇 번 갔다 오고 물리치료하면 나아진다고 하며, 걱정은 반쯤 접어둡니다.
육체적 노동의 강도에 비해 수입은?  저는 이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플까봐 아예 계산 같은 것은 하지 않습니다.
울 남편도 그런 같습니다.  그냥 먹거리를 생산해서 약간의 생활비를 벌수 있는 것에 만족하는 거죠.
그래 마음은 늘 행복한 사람입니다.  사실 그럴려고 시골로 들어 온 것이니까요.

지금 시골 우리가족들 중 행복하지 못한 존재는 콜라네요.
옆지기가 없으니 한겨울 바람소리가 내는 소리보다 더 슬픈 울음을 울고 있네요.
어찌해줘야 할 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겠습니다.
icon.gif 잔디언니
[2014/1/8 (21:0)]
헉.. 글을 읽고 너무 충격 받았어요. 우리 코시엄마 좋은 주인님 만나서 잘 살다가 무지개 다리 건너셨을 거예요~ 저희 잔디네는 아직 철이 덜들어 10살 천방지축으로 잘 지내고 있답니다~ 최근에 잔디가 너무 우울하고 힘이 빠져서 왜그러나 했는데,, 코시엄마때문일까요??ㅠㅠ 올해 여름에는 코시엄마보러 펜션에 한번 가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주인장님 힘내세요~!! del.gif
icon.gif 산지골
[2014/1/8 (21:21)]
잔디언니 정말 오랫만이에요. 코시아이들 소식 궁금했는데 ㅣ렇게 소식 전해주시니 감사하고 반갑습니다. 잔디도 넘넘 보고싶네요. 올해 기회가 되시며 꼭 놀러오세요. del.gif